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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음만 흉내 내면 왜 «그 소리»가 안 나나 — 플러그인 두 개를 만들며 측정한 것

2026.08.20 · 읽는 시간 9분 · INGSPR · 믹싱 엔지니어 · MixingArt

같은 +12dB를 올려도 옆 대역이 받는 양은 다섯 배까지 벌어집니다. 빈티지 EQ와 컴프의 성격을 만드는 것은 배음(harmonics)이 아니라 «필터와 검출기가 움직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빈티지 EQ와 컴프를 흉내 낸 플러그인은 이미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적혀 있는 숫자만 보면 다 비슷한데, 실제로 걸어 보면 «그 소리»가 나는 것과 안 나는 것이 갈립니다. 곡선을 똑같이 그려도 그렇습니다.

플러그인 두 개를 만들면서 이 질문을 붙들고 측정을 반복했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그 소리»의 절반만 배음(harmonics)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 회로가 어떻게 동작하느냐, 즉 필터가 퍼지는 방식과 검출기(detector)가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배음만 맞추면 색만 입힌 디지털 처리가 됩니다.

같은 +12dB인데 옆 대역은 다섯 배 차이가 납니다

제일 알기 쉬운 것이 EQ입니다. 세 가지 방식의 EQ를 놓고 2.5kHz를 +12dB, Q 노브도 모두 1.0으로 똑같이 맞춘 뒤 실제로 측정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필터 방식1kHz1.5kHz2.5kHz4kHz6kHz
DISCRETE (비례 Q · proportional Q)+1.14+3.22+12.00+3.60+1.25
CONSOLE (상수 Q · constant Q)+2.55+5.66+12.00+6.12+2.75
BAXANDALL (넓은 폭)+5.74+9.01+12.00+9.35+6.02

가운데 칸은 셋 다 +12.00으로 같습니다. 그런데 1kHz가 받는 양은 +1.14와 +5.74 — 다섯 배 차이입니다. 보컬의 2.5kHz를 올릴 때 1kHz의 몸통까지 같이 올라오느냐가 여기서 갈립니다. 화면에 적히는 숫자는 같은데 결과가 다른 이유가 이것입니다.

깎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회로는 깎을 때가 올릴 때보다 좁습니다. 문제만 도려내고 주변을 안 건드리는 그 동작은 «성격»이 아니라 필터의 비대칭(asymmetry)에서 나옵니다. 반대로 일부러 좁게 못 깎게 만들어 둔 방식도 있습니다 — 전체 색을 넓게 바꾸는 용도라 그렇습니다.

화면의 숫자가 같다고 같은 처리가 아닙니다. EQ에서 «성격»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는 대개 곡선이 퍼지는 폭입니다.

저역이 먼저 물듭니다 — 트랜스포머와 인덕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같은 신호를 60Hz와 1kHz로 넣어 왜곡률(THD)을 측정하면, 모델마다 저역에서만 유독 더 물듭니다. 실물 기기의 트랜스포머(transformer)와 인덕터(inductor)가 저역에서 먼저 포화(saturation)하기 때문입니다.

필터 방식60Hz ÷ 1kHz 왜곡률 비
CLEAN1.00배 — 색을 더하지 않는 기준점
CONSOLE1.19배
BAXANDALL1.29배
DISCRETE1.96배
PASSIVE TUBE2.62배
INDUCTOR2.72배

이 숫자가 실전에서 뜻하는 건 단순합니다. 베이스와 킥에 걸었을 때만 유독 두꺼워지는 EQ가 있다면, 그건 기분 탓이 아니라 저역 포화 비율이 높은 회로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저역을 건드리고 싶지 않을 때 어느 쪽을 피해야 하는지도 이 표로 정해집니다.

컴프에서는 «검출기»가 절반입니다

컴프는 배음보다 오히려 검출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성격을 만듭니다. 같은 레이시오(ratio)와 문턱값(threshold)을 넣어도 결과가 갈리는 자리는 세 곳입니다 — 릴리즈(release) 구조 · 니(knee) · 레벨에 따라 변하는 레이시오.

  • 2단 릴리즈 — 옵토(opto) 방식은 빠른 회복과 느린 회복이 겹쳐 긴 꼬리를 남깁니다. 릴리즈 노브 하나로는 흉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 자가 레이시오 — 진공관(vari-mu) 방식은 레벨이 오를수록 레이시오가 스스로 커집니다. 그래서 큰 소리에만 무게가 실립니다.
  • 검출 하이패스 — 거친 방식 하나는 저역을 건드리지 않도록 검출부 하이패스(sidechain HPF)가 60Hz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막혀 있습니다. 킥이 컴프 전체를 흔드는 문제가 여기서 갈립니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배음을 아무리 정확히 맞춰도 «필터를 씌운 소리»가 납니다. 실제로 만들면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것도 이 부분입니다.

이름을 회로 방식으로 부르는 이유

두 제품 모두 모델을 실물 기기 이름 대신 회로 방식(topology)으로 부릅니다. FET · OPTO · VARI-MU, PASSIVE TUBE · INDUCTOR · CONSOLE 같은 식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 유명한 이름들은 지금도 살아 있는 상표입니다. 회로 동작을 측정해 독립적으로 구현하는 것과, 남의 상표를 제품에 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둘째, 엔지니어에게는 이쪽이 오히려 정확한 이름입니다. 「그 회색 상자」라고 부르는 것보다 「레벨에 따라 레이시오가 변하는 방식」이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더 잘 말해 줍니다.

프리셋과 «스타일»의 차이

프리셋(preset)은 적어 둔 숫자를 그대로 붓습니다. 속삭이는 보컬이든 스네어든 문턱값은 −20dB입니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틀립니다.

그래서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원하는 결과만 고르면 지금 들어오는 소리를 측정해 숫자를 정합니다. 속삭이면 문턱값이 따라 내려가고, 스네어면 어택(attack)이 따라 늦춰집니다. 같은 「보컬 앞으로」를 골라도 트랙마다 다른 값이 들어갑니다.

다만 이건 출발점입니다. 측정으로 자리를 잡아 주는 것까지가 기계의 몫이고, 그 자리가 이 곡에 맞는지는 결국 귀로 정합니다.

스스로 움직여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여기서 두 제품이 갈립니다. 컴프의 문턱값은 시간에 따라 변해야 정상입니다. 원래 그런 물건입니다.

그런데 EQ의 곡선이 저 혼자 움직이면 문제가 생깁니다. 방금 들은 소리를 다시 만들 수가 없습니다. 어제 좋았던 그 소리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EQ 쪽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부스트(boost)가 가져간 크기를 되돌리는 것 하나뿐이고, 곡선은 언제나 사람이 보고 정합니다. AI가 제안하더라도 화면에 먼저 그려집니다.

설명할 수 없으면 믹스에서 못 씁니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두 제품의 스타일 규칙은 학습된 가중치(weights)가 아니라 코드에 «글»로 적혀 있습니다. 왜 3kHz를 2dB 내렸는지, 왜 문턱값이 그 값이 되었는지 설명이 됩니다.

왜 그 값이 나왔는지 설명할 수 없는 도구는, 결과가 좋아도 믹스에서 못 씁니다. 다음 곡에서 같은 판단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그려지는 곡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용 근사식을 따로 두지 않고 지금 실제로 동작하는 필터를 그립니다. 따로 두면 언젠가 어긋나고, 그때부터 그 창은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정리하면

  • 빈티지 장비의 성격은 절반이 배음, 절반이 동작 방식입니다.
  • EQ에서는 곡선이 퍼지는 폭이 갈림길입니다 — 같은 +12dB도 옆 대역에서 다섯 배 차이가 납니다.
  • 저역이 먼저 포화합니다. 베이스·킥에서 유독 두꺼워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컴프에서는 릴리즈 구조·니·레벨 의존 레이시오가 성격을 만듭니다.
  • 기계는 출발점을 잡아 주고, 최종 판단은 귀로 합니다.

이 이야기를 실제로 구현한 것이 HC Anima EQHC Anima Comp입니다. 각각 필터 동작 방식 7종과 회로 방식 7종을 담고 있고, 두 제품 모두 배음을 직접 그리는 CUSTOM이 들어 있습니다. 측정값 전체와 사용법은 제품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표의 수치는 이 제품에서 측정한 값이고, 특정 실물 기기의 측정값이 아닙니다. 회로 방식이 만드는 «경향»을 보여 주려고 실은 것이니, 다른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용도로는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 글은 «왜 그런가»까지만 다뤘습니다. 실제 트랙에 어떤 순서로, 어떤 값에서 시작하는지는 MixingArt 전자책에서 예제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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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SPR 믹싱 엔지니어 · MixingArt
숫자와 규칙 대신 «왜 그런가»로 믹싱을 설명합니다. 믹싱·마스터링 의뢰와 믹싱 레슨을 하고, 전자책 18권과 무료자료, HUMANCODE DAW 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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